가을비가 내리던 2005년 어느 오후, 덴마크 남부대학교의 작은 연구실에서 세 명의 젊은 연구자가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에스벤 외스터고르(Esben Østergaard)는 책상 위에 놓인 LEGO 블록들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연구실 안은 고요했습니다. 오직 키보드 타이핑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한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죠. 세 친구 모두 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로봇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지만, 동시에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로봇들... 너무 크고, 너무 비싸고, 너무 복잡해. 정말 이게 최선일까?
옆에 앉은 카스퍼 스퇴이(Kasper Støy)와 크리스티안 카소(Kristian Kassow)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로봇학을 전공하면서 만난 사이였는데, 함께 연구하면 할수록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그날 오후, 세 친구는 한 가지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아이가 30분 안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꿈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고민은 단순한 학술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덴마크 환경식품부로부터 실제 프로젝트를 의뢰받았거든요. 덴마크 식품 산업에 더 많은 로봇을 도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